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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3
    문.

안구통을 동반한 두통과 꿈의 잔상이 엉켜 진이 빠졌다.
요새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불규칙적인 리듬 탓인지 잠의 파도는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고, 그마저도 대개 기억도 나지 않는 꿈에 좀먹힌다.

술을 마시지 않은지 두어달, 아니 더 되었다. 옆에서 마시면 분위기나 맞춰주는 정도라고 하면 믿지 않을 사람이 여럿이겠지만...차도 마시지 않은지 그쯤 되었다. 좋아하던 시대극도, 다큐멘터리도.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해서 상태를 바로 드러낸다. 힘든건 아닌데 최악처럼 보인다. 흠. 설마 나이탓인가-ㄴ-..

일련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별로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 않다.

게임을 시작한지 일년이 되었다. 게임을 시작 하던 그 즈음부터 블로그를 구경하는 대신 직접 만나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시점이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변한 것이다. 그것은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말그대로 인식의 시점이 바뀐 것이라, 참 신선한 경험이었다. 리스크도 리스크고.

엘윈 숲에 밤이 오는 것을 신기해하던 저렙은 이제 낮과 밤을 찾아 나그란드를 찾고, 방랑자가 되었으며, 대신 수식어가 생겼다. 함께 헤딩하며 보스를 하나하나 잡아갈 공대도 찾았고,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소소하지만 취미로 -낚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들어오는 문은 나가는 문이기도 했다. 문을 열었을 때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워크래프트의 세계보다 넓길 바랬지만 결국 역할놀이고, 사람으로 이루어진 세계라 그러긴 불가능 하겠지.

역시 차는 좋은 것 같다. 술보다도 더. 아 그리고 아이스크림도-ㄴ-.
이야기도.

누군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이 있을 뿐. 정말 그런 것 같다.

돌아갈 길은 없다. 내가 걷지 않을것임으로. 문을 닫는다. 나아간다. 어디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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